AFTER SETTING STORY.04 - 합류 시작은 당시 강사로 일하고 있던 서울볼더스 사장 형들의 권유였다.클라이밍을 직업으로 하고싶다면, 여러 포지션중 루트세팅이 가장 전문적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을것같다는 비전을 제시해주었다. 가장 쉬운 난이도 하나에 7시간씩 걸려가며 붙임과 탈거를 반복하며 맨땅에 헤딩하듯 나아갔고, 스스로, 혹은 같이 정답을 찾을때까지 옆에서 형들은 조언해주고 기다려주며 나아갔다 그렇게 세팅의 기본을 익혀갔을때쯤, 천천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타나는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여기서 말하는 패턴이란, 나의 결과물에서 보이는 특징(?)들이다.좋게말하면 나의 색깔일수도 있지만, 다양함과 창의성을 요구로 하는 세터에게는 한계로 보여질 수 있다.항상 하던것만 한다는 생각에 이르자 새로운 영감이 필요해지기 시작했고, 그때쯤 동철형과 윤석형을 만나게 되었다. 라이튼 클라이밍의 등반영상 제작을 통해 만나게된 동철형은 클라이밍 문화의 전반적인 일을 같이 해보자며 제안해왔고,이미 예전부터 동철형과 친분이 있는 윤석형과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게될지는 몰랐었으나,등반이라는 공통주제를 가진 이상 흥미진진한 일이 펼쳐질것은 쉽게 예상이 되었다. 이렇게 셋이 모여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등반여행을 같이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고락트립이 새로운 영감이 될것이라는것에는 확신이 없었지만, 동기부여는 될 것이라는 기대에 하던 일들을 멈추고 형들과 같이 여행을 떠나게되었다. 그렇게 퐁텐블로와 락랜드, 칼림노스를 등반하고 한국에 돌아온 우리는한창 생겨나는 암장들에서 같이 세팅을 시작하게 되었다.여행에서 돌아온 직후,적어도 경험면에서는 조금은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며 스스로에게 은근하게 기대했던 자신감은매번 만나는 새로운 벽과 홀드, 그리고 여러 환경들에 부딪히며 산산히 부셔지게 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이전과 별로 달라진게 없는 나의 패턴은 인지하고 있었지만,그것에서 벗어나는 해결책을 스스로 찾지 못한것이다. 그렇게 혼자 벽에서 고통받고 있을때면, 옆에서 지켜보는 윤석형은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시 설명해주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은근하게 제시해주었다. 물론 속시원하게 "이렇게하면 된다!" 라고 알려줄 수도 있었지만,결국 정답은 스스로가 찾아가는 것이라는 조언에다시 한번 마음과 임팩을 붙잡으며 벽으로 다가갈 수 있었고,아직 꺼내지 못한 나만의 클라이밍을 세팅으로 녹여내갈수 있었다. 그렇게 매번 한계점을 마주하고 돌파해내는 담금질과나의 능력을 이끌어주는 팀원들의 시간을 보내다보니,어느새 예전보다는 발전한 나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스스로의 성장을 인지하는 순간 느끼는 성취감과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게 다가왔다.다음번에는 어떤 한계에 부딪힐까? 하는 걱정과헤쳐나가서 어떻게 성장할 지 기대가 되는 앞으로 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