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SETTING STORY.06 - SEOUL WORLDCUP 24년 10월, 재작년 작년에 이어서 올해 마지막 클라이밍 서울월드컵이 개최되었다.(IFSC와 대한산악연맹의 계약은 3번의 월드컵이었고, 올해가 마지막이다.) 물론 내년에 클라이밍 월드챔피언십이 서울에서 열린다!(찐막?) 주용 군은 23년도 월드컵에 어시스트 세터로 참여를 했었고, 나와 동철 군은 촬영팀으로 월드컵 세터들의 모습을 담았었다. 올 해는 볼더와 리드 대회가 같이 열리는 해였고, 주용 군과 나는 리드 세팅 팀으로 배정이 되었다.리드 클라이밍에서의 등반 경험은 있었지만, 세팅 경험은 부족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칩세터 쥴리엥, 야코포, 마티아스 세 명의 IFSC루트세터와 함께 했다. 세터로써의 가장 큰 무대는 월드컵이라 생각했었고, 그 무대 뒤에서의 모습은 어떻게 준비되는지 궁금했기에 긴장 반 호기심 반으로 이들을 마주했던 기억이 난다. 쥴리엥은 파리올림픽에서 칩세터로 루트를 책임졌던 베테랑이어서 그런지, 한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오더를 내려주는게 확실했다. (예를들면, 노란색 blocz볼륨은 리드벽 앞에 모두 옮겨두어줬으면 좋겠다, 리드벽 상단의 각도는 몇도 정도되는지, 벽의 높이나 너비는 어느정도 되는지, 준비를 확실히 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야코포와 마티아스와 함께 같은 사다리차에서 작업을 했고, 주용이는 쥴리엥과 성규와 함께 한 차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홀드와 볼륨을 붙이는지 궁금했기에, 나는 옆에서 그들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보조를 주로 했다. 세팅은 여러 사람의 의견이나 생각을 필요로 하는 팀워크이지만, 초반에는 그들의 생각을 읽고싶은 마음에 의견제시를 할 수 없었다. 등반라인은 어디로 진행할지, 충분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루트를 제작중인지, 얼마나 많은 클라이머들이 이 구간을 넘어가고, 떨어질지,,,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으나, 등반에 필요한 발홀드를 붙일 때, 우리와의 차이점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신체의 길이나 크기가 다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제시하는 등반의 밸런스나 포지션이 우리가 평소에 느끼던 방향과는 사뭇 달랐다.불편한 듯 하지만, 억지스럽지는 않은, 독특한 느낌이다. 아마 그들의 수많은 등반경험에서 나온 특별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야코포는 거벽등반에서 많이 느꼈던 아슬아슬한 밸런스를 추구하는 느낌이라면, 쥴리엥은 명확하지만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감해야하는 밸런스를 추구하는 느낌이랄까... 글로 설명하기 참 어려운 부분이다. 이번 세팅에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칩세터의 모습이지않을까...나이가 마흔중후반에 다다른 모습이었지만, 루트의 검증에는 누구보다도 앞서있었다.제작되고 수정되는 루트의 모든 부분을 직접 등반하고 수정방향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며, ‘ 아 이런 열정을 가지고 있어서 칩세터를 맡고 있구나’ 싶었다. ‘내가 어떻게 월드컵에 나오는 루트를 등반하겠어, 나는 프로선수도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모습을 반성할 만큼 그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물론 쥴리엥도 야코포도 프로 선수로 활동했던 만큼, 뛰어난 등반실력을 보유했었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그들의 루트세터로써의 책임감이나 사명감은 충분히 본받아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결과적으로 다수의 완등자가 나오는 여자 결승경기도 있었고, 완등자가 나오지 않은 남자루트로 있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한 채로 우리는 맥주 한잔과 함께 마지막 복기를 했다. 무엇이 문제였고,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지에 대해서 얘기하며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