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SETTING STORY.03 - Question 루트 세팅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지 않을까? 비어있는 벽에 세팅을 해야 할 때면, 머리에는 호기심과 궁 금증이 가득 차게 된다.'이 동작 한번 만들어 볼까?! 혹은 그 때 해봤던 그 동작 재밌었지,, 근데 어떻게 시작했더라?' 가끔은 새롭게 떠오르는 생각을 구현해 보기도 하고, 원래 계획 했던 것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실제로 볼륨이나 홀드를 벽에 붙이기 전에,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붙이는데 보통의 문제는 여기 서 발생한다.벽의 경사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어? 생각보다 몸이 너무 뒤로 눕는데...?' 혹은 '와 씨 이거 하나도 안 잡히네' 이런 상황 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 둘 오류를 잡아나가기 시작하면,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간다. 동철이와 같이 세팅을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같이 등 반하며 알아간 시간은 오래되었다. 가끔 저런 상황에 놓였을 때, '동철아 이거 잘 잡힐까?'라고 물으면, 등반 센스가 뛰어난 동철이는 금세 대답을 해준다.'형, 이거는 무조건 가능하죠!' 가끔 안 맞을 때도 있지만, 제3자 의 시선으로 봐서 그런지 대체로 정확하다. 세팅을 하다 보면, 가끔 나만의 생각에만 몰두하게 되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누가 봐도 A 지점에서 C 지점으로 가는 게 편한데, 나만 A에서 B 지점을 거 쳐서 C 지점으로 가는 코스를 만드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내가 혹은 다른 팀원이 이런 상황에 빠진 걸 볼 때면, 밖으로 나가 담배 한 대를 태우고 오게 하거나, 음료수를 하나 마시면서 주의를 환기시킨다. 다른 개발직군에 있는 사람이라면 동감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등반했을 때, '오 이건 참 신선하네! 재밌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루트는 앞선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것들이다.물론 정말 우연찮게 딱 맞아떨어져서 한 번에 제작이 되는 경우 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여러 팀원들의 의견과 노력을 통해서 제작이 된다. 나와 동철이는 그런 의견을 제시해 줄 팀원이 더 필요했고, 우리는 주용이를 만나게 되었다.